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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by OCer 2015. 2. 23.

절 때 마다, 시골 큰 집에 가면 우리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느낄 수 있다. 이건 나의 큰집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시골 큰 집에서 이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집 뒤쪽에서 주렁주렁 밤을 달아놓았던 밤나무. 가을 제사 때 와서 떨어진 밤을 발로 비벼서 까보기도 하고, 생밤을 까먹기도 하고. 겨울엔 난로 위에 올려두고 구워 먹었던 기억.



보일러가 없던 시절 아침 일찍 나무장작을 떼워 손자 얼굴을 닦아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나는 아궁이와 가마솥.



명칭은 까먹었지만 뭔가 담아두던..... 소쿠리?



강원도 찰옥수수.



내 마음까지 부자로 만들어주던 황금벌판.



도시에선 거의 볼 수 없는 고추 잠자리. 고추밭 사이를 잠자리채 들고 잡으려고 뛰어다니던 어릴 적 기억..





비록 허물어져 가는 대문이지만, 국경일엔 항상 그 자리에 꽂혀 있던 태극기.



태양초 고추?



호박 나물 말리는 풍경.




이러한 것들은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우리 기억속에서. 부모님과 나의 세대 차이 만큼. 그리고 아마도 나와 내 자식들의 세대 차이 보다 더 큰 차이로 잊혀질 것이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 세대에는 이러한 것들은 아예 찾아볼 수 없을만큼 잊혀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잊혀져 가는 것들이 난 매우 안타깝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열심히 연을 만들며 날리던 추억. 이런 나의 추억들을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데, 이미 나의 기억에서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너무나 어렸을 적 추억이고 기억이기 때문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우리의 것을 느낄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혹시라도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유치원생 정도가 된다면 같이 연을 만들어서 아이와 함께 날려보고 싶다. 



나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 니콘 d80 + 18-135 할배번들. 토키나 35mm M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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